축구 이야기

아르헨티나의 두 전설, 알프레도 디 스테파노와 디에고 마라도나의 흥미로운 대화

세레브로 2023. 12. 6.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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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고 마라도나가 현역이던 시절인 1988년, 알프레도 디 스테파노는 마라도나가 있는 이탈리아로 가 그곳에서 그와 함께 여러 흥미로운 대화를 나누게 된다.
 

디에고 마라도나와 알프레도 디 스테파노

 


 

그들 사이의 끊임없는 비교와 펠레에 대한 언급

 
 
디 스테파노: "한 가지 사실을 인정해 줘, 디에고. 오늘 밤에 네가 TV에서 나를 소개하는 것을 본 순간 너는 정말로 들떠했어, 너는 그것을 잘 숨겼지만, 그 감정은 얼굴에 남아있었다."
 
 
마라도나: "사실이에요. 저는 매우 감동받았어요. 아르헨티나에서 스페인으로 건너가기 전 저는 당신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당신이 세계 축구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해선 정확히 알지 못했어요. 저는 그 의미를 스페인에서 알게 됐습니다. 그때 저는 당신이 얼마나 아르헨티나 축구의 선구자인지 깨달았어요. 저에게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디 스테파노: "(하던 말을) 계속해, 디에고. 너는 나와 친구 사이이기에 그런 말을 하는 것이다. *트로일로도 늘 그런 말을 했었지..."

*트로일로: 아르헨티나의 지휘자이자 작곡가
 

마라도나: "아니요, 마에스트로. 확신이 있기에 하는 말입니다. 이곳을 보세요. 여기 이탈리아에서는 마라도나가 펠레보다 우월한지, 아니면 그 반대인지에 대해 계속해서 이야기하고 있어요. 스페인에선 그 누구도 펠레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그곳의 사람들은 당신이 과거에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 누구도 비견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는 것에 대해 의심을 품지 않습니다. 그리고 저는 스페인 사람들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엘 그라피코(아르헨티나 저명지): "당신이 말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디에고. 이탈리아인들의 비교에 대한 집착은 매우 지루합니다. 그리고 펠레와 당신 간의 비교는 단 한 가지의 단순한 이유로 인해 불가능합니다. 펠레는 더 이상 현역 선수가 아니며, 당신은 최고 경쟁 레벨에서 그보다 최소 5~6년은 앞서 있습니다."
 
 
디 스테파노: "펠레는 분명 뛰어나고 센세이셔널했지만, 유럽팀에서 뛴 적이 없고, 나에게 있어 가장 어려운 두 축구 리그인 스페인이나 이탈리아에서도 뛰지 않았기에 둘 사이의 비교는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펠레의 상황은 디에고에 비해 덜 복잡했다. 문제는 탱고가 말한 것처럼 일 년 내내 낯선 얼굴들에 둘러싸여 뚫어지게 쳐다봐져야 하는 경우이다. 그래서 나는 디에고에게 유리한 점이 있다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제발 어리석은 비교 거리를 나에게 가지고 오지 마라. 나폴리에 도착했을 때 한 기자가 나에게 다가와 '마라도나인가, 플라티니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나는 마지못해 대답했지만, 말도 안 되는 질문이었다. 마치 예수와 도둑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것과 같다."
 
 
마라도나: 이곳 이탈리아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아시나요, 마에스트로? 이곳에선 끊임없는 논쟁과 비교, 심지어 개인적인 경쟁심마저 극단적으로 치닫게 됩니다. 이것은 단점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장점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매주 일요일마다 모든 경기장이 가득 찹니다. 나폴리의 경우 밀란을 상대로 거의 250만 달러의 수익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약팀과의 경기를 할 때 우리의 수익은 항상 백만 달러에 육박합니다."
 
 
엘 그라피코: "알프레도, 디에고는 가지고 있지만 당신은 없는 능력이 무엇인가요? 그리고 반대로 당신에겐 있지만 디에고에겐 없는 것이 뭐죠?"
 
 
디 스테파노: "당신도 당신이 이탈리아인을 비판하는 부분에 빠져들었다는 것을 아는가? 하지만 대답은 하겠다. 기술적으로, 개인으로서 디에고는 나보다 우월하다. 그가 발로, 머리로, 어깨로, 가슴으로 하는 일을 나는 할 수 없었다. 그는 대가이자 미학자이다. 나는 그 정도가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경기장을 가로, 세로 종횡무진 누볐다. 내 생각에 디에고도 신체적으로 준비된다면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다."
 


 

호세 마누엘 모레노와의 일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디 스테파노

호세 마누엘 모레노와 디 스테파노

 
 
디 스테파노: "나는 여전히 레알 마드리드에서 이룬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1947년의 리버 플레이트가 내 커리어 최고의 팀이라 말한다. 그 이유는 단순히 엄청난 능력을 지닌 선수들 때문만은 아니다. 나에게 있어 이 팀은 투톱 공격 시스템을 처음으로 사용하여 1953/54년의 헝가리와 1958년 브라질이라는 두 위대한 팀의 조상 격이기 때문이다.
 
늘 그렇듯, 어느 정도 우연으로 뭉친 팀이었다. 내가 우라칸과의 챔피언십을 마치고 다시 합류한 직후인 1946년에 모레노가 멕시코에서 돌아왔다. 페데르네라는 더 이상 중앙에서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하지 않고 모레노가 그 역할을 대신했다. 모레노는 피포 로시와 짧은 패스 플레이 후, 달려가는 나 또는 빈 공간으로 침투하는 라브루나에게 번개처럼 빠른 패스를 주었다. 그러한 전술로 우리는 득점을 하는데 지칠 정도로 많은 골을 넣었다. 경기당 평균 3골, 전체 90골 정도를 기록하였다."
 
 
마라도나: "그 시절의 이야기를 더 들려주세요, 알프레도. 웃다가 숨 넘어가는 사람도 있다는 걸 알아요."
 
 
디 스테파노: "수페르가 참사 이후 우리는 토리노와 친선 경기를 치르기 위해 이탈리아로 떠났다. 그리고 모레노와 라모스는 팀 동료인 피포 로시의 머릿속을 완전히 엉망으로 만들었다. ('피포, 아르헨티나에서 담배를 가져와. 전쟁이 끝난 지 얼마 안 된 이탈리아에선 담배 한 갑마다 자전거, 금시계 등 네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준데!')
 
그리고 피포는 콜롬비아 담배 몇 갑을 가져왔고 밤낮으로 그것을 지켜댔다. 선수들이 그에게 담배를 달라했지만,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고 어떤 것도 나누어 주지 않았다. 44시간의 비행 끝에 토리노에 도착했고 바닥에는 몇 갑의 럭키 스트라이크가 있었다. 모레노는 고개를 끄덕이며 곧바로 피포를 불렀다. ('우리 담배 피우는 것 좀 봐, 럭키 스트라이크. 너는 폭죽처럼 생긴 악취 나는 콜롬비아산 쩌리들을 백 갑이나 가지고 왔구나~')
 
모레노는 원래 장난치는 것을 좋아하지만, 동시에 자신에게 무례하게 군 피포의 행동을 참을 수 없었다. 어느 날 우리는 후라칸과 경기를 하고 있었는데,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다. 스코어는 0대0이었는데, 모레노는 계속해서 우리에게 지시를 내렸다. 나는 그것을 듣는 것이 피곤해져서 '나를 내버려 둬'라고 소리쳤다. 나는 어린 마음에 고참 선수에게 무례한 행동을 한 것을 곧바로 후회했다.
 
그리고 2분 뒤, 모레노가 여전히 나에게 심술궂은 표정을 짓고 있는 동안 피포 로시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지시가 너무 많아! 나 좀 도와줘!' 전반전이 끝났을 때, 우리는 모레노가 터널 앞에서 기다리며 지나가는 우리를 서너 번 정도 때릴 까봐 두려웠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우리가 후반전을 치르러 갈 때 그는 우리를 부른 뒤 마지막인 것처럼 우리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좋아, 너는 나를 무례하게 대했다. 이제 필드에 가서 네가 인생에서 단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플레이를 펼쳐봐라. 왜냐하면 이 경기에서 이기지 못한다면, 내가 너희들을 팰 거거든.' 그리고 나는 그 말을 듣고 후반전에 두 골을 성공시켰으며 팀은 3대0으로 승리했다."
 
 
마라도나: "(웃음)와, 만약 제가 그런 환경에서 단 한 경기만을 뛰었어도 얼마나 많은 돈을 줬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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